건강하고 즐거운 소설은 마법을 부리곤 한다. 코를 풀고 버린 휴지처럼 바닥에 구겨져 있다가도 좋은 소설을 보면 '그래, 세상에 이렇게 재미난 게 많았지!' 하고 벌떡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봐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나온 듯이 개운해지곤 하지만, 벅찬 감동과 오랜 여운에 젖어 삶의 관점까지 어느 정도 바뀐 듯한 느낌을 ...
피규어를 조금씩 모으고 있다. 조그만 여행 기념품 같은 것 말고, 보편적으로 ‘피규어’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만화/애니메이션/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의 형상 얘기다. 어떤 소비나 수집도 비슷할 텐데, 처음에는 수집한다는 생각으로 산 것도 아니었고, 거액을 들이거나 아주 눈에 띌 정도로 커다란 피규어를 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뽑기에서 적당한 것을 뽑거나...
바지 얘기를 하자니 ‘바지를 좋아하시는지?’처럼 상투적인 질문부터 떠올랐는데, 좋아하고 말고 이전에 최소한 한국에선 아직 남성이 하반신에 입을 옷으로 바지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 위생적인 목적으로 앞치마를 두르는 경우도 있긴 하나 이것도 바지 위에 입는 것이지, 바지를 입지 않고 앞치마만 입을 수는 없다. 그러고 돌아다니다간 잡혀간다. 그런고로...
전시회 관람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참을 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간지 2년이 지난 2021년 6월에야 겨우 가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이 거의 다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서 뭔가 좀 안정권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게다가 정례적으로 모이던 모임이 연기되어 다른 약속을 잡아야 했는데, ...
일주일 전에 친구들과 놀 때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수도권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 두기가 4단계로 진입했다. 사실 사회 곳곳에서 신호가 있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상상을 못한 것이리라. 매일 확진자 상황을 체크하면서 세상 만사 걱정하고 살면 처참하게 피곤할 테니 무심하게 사는 게 정신적으로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게임, 특히 전자 오락을 악의 축으로 생각하는 집에서 자랐기에(지금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게임을 원없이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간편히 켜서 즐기고 숨기기도 편한 휴대용 게임기를 구입한 시기가 상당히 늦었던지라 게임은 대체로 집이 비었을 때, 혹은 오밤중에 가슴 졸이며 하는 행위였고, 덕분에 들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즐거움의 ...
여행을 덮어놓고 싫어하는 사람은 적을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종합적으로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존의 압박감을 내려놓고 오로지 소비만 하는 시간이 이어지니 쾌락적이고, 나의 선택에 따라 경험이 곧바로 바뀌는 터라 자유롭기까지 하다. 애초에 뻔한 선택지 안에서 내가 뭘 고르든 말든 제멋대로 흘러가는 생활을 ...
지극히 짧은 하루의 말미에 대체 어떻게 여가를 보내야 하는가 오만가지 고민을 해봐도 사람이란 편한 것을 찾기 마련이라 결국은 누워서 영상 콘텐츠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의 영상에서 도통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콘텐츠들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너무나 재미있어 도저히 끊을 수가 없을 ...
최근에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게 더 즐겁고 신나게 되었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일단 긍정적이고 멋진 사고방식이라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나이를 먹으면, 또는 경험이 쌓이면 취향이 정립되어 자기가 즐기던 것을 더 깊이 있게,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되긴 하는 것 같다. 즐거움에 능숙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새로...
디즈니 플러스가 상륙하면서 구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OTT가 또 하나 늘고 말았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런 식으로 구독하는 서비스가 하나씩 늘다 보니 까짓거 못 낼 것도 없지 싶은 금액의 폭풍에 휘말리는 것 같다. 게다가 가족 공유로 부담을 줄이곤 있지만, 가끔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째 그건 요즘 전혀 안 보는 것 같은데 해지하면 안 되...
학용품을 이것저것 많이 사용하던 학생 때는 오래도록 문방구 구경을 하곤 했다. 항상 쓰는 물건이니 깊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탓이리라. 고등학생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법 커다란 필통에 색색깔의 볼펜, 형광펜, 색연필, 수정테이프, 칼, 드라이버 따위를 서바이벌 장비처럼 종류별로 구비하고 다니며 누가 뭐 있냐고 물어보면 짠 하...
예전부터 수면에 대한 글을 종종 쓰고 있는데,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예전부터 오래도록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말을 했더니 친구들이 병원에 가시는 게 제일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론 병원에 가는 것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하다. 물론 병원에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카카오 페이지)을 썼습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두서없는 잡상들을 올립니다. 간혹 게임이나 영화 얘기도 합니다. 트위터 @memocap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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